김아영(1979년생)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녀는 역사, 시대, 지정학과 같은 불가항력에 저항하거나 그로부터 이탈하는 존재와 사건들에 주목하며, 이들의 중간적이거나 모호한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비선형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을 통해 다차원적인 내러티브를 재구성해 왔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영상, 무빙 이미지, 소닉 픽션, VR, 게임 시뮬레이션, 다이어그램, 텍스트 등의 방식을 통해 전시, 퍼포먼스, 출판의 형태로 선보여져 왔습니다
김아영은 2023년 오스트리아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든 니카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일본의 제37회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에서 테라야마 슈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영국 테이트 모던, 프랑스의 FRAC 로렌느, 샤르자 아트 파운데이션, 샌프란시스코 카디스트 재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
전시 정보: 《플롯, 블롭, 플롭(Plot, Blop, Plop)》
- 전시 기간: 2025년 3월 21일(금) – 6월 01일(일)
-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7 B1F) * 매장 들어가셔서 지하로 가면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모르고 가면 정말 모를 곳에 전시장이 있어요^^
-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수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이번 전시 《플롯, 블롭, 플롭》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최신 작업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전시는 인간, 기계, 사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혼성의 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시 제목인 '플롯, 블롭, 플롭'은 이야기의 구조(Plot), 비정형적 형태(Blop), 그리고 떨어지는 소리(Plop)를 연상시키며, 김아영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요소인 내러티브의 흐름과 형태의 변형,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암시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주제들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공간적으로 확장한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Al-Mather Plot 1991)〉(2025)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약 28분 분량의 단채널 영상과 조명과 연동된 설치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2014–2015) 연작에서 핵심 소재로 등장한 ‘석유’를 중심으로 근대의 권력, 물리적 이동과 속도, 지정학적 갈등, 지질·기후 변화 등의 맥락을 탐색합니다.
전시 제목 《플롯, 블롭, 플롭》은 입안에서 터지는 방울 같은 소리를 연상시키는 유희적 리듬을 지니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구획(plot)’, ‘방울(blop)’, ‘퐁당(plop)’이라는 의미 층위를 반영한 것입니다. 김아영 작가는 ‘플롯’을 단순히 사건의 흐름을 조직하는 서사의 구조로 보는 것을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플롯’이 함의하는 영토의 구획, 지리적 도면의 작성, 시노그라피의 설계, 혹은 정치적 음모와 전략 기획이라는 다층적인 의미에 주목합니다.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알 마터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공간은 1970–80년대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진출, 세계적 석유파동, 급격한 산업화와 걸프 전쟁 등 근대화와 에너지 자본주의의 주요 국면이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피난민들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지니며, 작가의 부친이 참여했던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이국에서 전해진 선물과 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현지 방문과 촬영,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다층적인 서사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작가는 전쟁의 기억과 일상이 교차하는 이 복합적 장소를 전시장 안에 공간적으로 확장시킵니다. 바닥에 설치된 아파트의 도면 선과 공중에 매달린 전쟁 작전 기호, 깜빡이는 조명, 그리고 기존 영상작업 〈제페트〉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관람자의 동선과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와 같은 설치는 관객에게 서사적 구조로서의 ‘플롯’뿐 아니라, 공간을 계획하고 시나리오를 조직하는 장치로서의 ‘플롯’의 다의적 기능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번 작업에서 김아영 작가는 생성형 AI, 게임 엔진 기반 CGI, 라이다 스캐닝(LiDAR), 3D 가우시안 스플래팅(Gaussian Splatting),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실사 영상과 디지털 구성 요소들이 결합된 사변적 현실을 구축합니다. 이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서사의 실재감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합니다.
한편, 김아영 작가는 현재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서 《Many Worlds Over》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2025년 11월에는 뉴욕 MoMA PS1에서 한국인 최초로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홍콩 M+ 미술관과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 미술관에서는 신규 커미션 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중 일부는 2025년 10월 홍콩에서 먼저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전시는 영상의 몰입감이 뛰어나 인상 깊었습니다. 단채널 영상은 서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구성이 돋보였고, 조명과 사운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공간 전체가 이야기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알 마터 아파트 단지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한 다층적 서사는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관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입니다.
전시장 규모는 과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며, 약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감상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복잡하거나 과도하게 정보가 쏟아지기보다, 한 편의 잘 구성된 영화처럼 전시에 머물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만족스러웠습니다.
'Exhibi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은아트스페이스] 트로마라마 25.4.2~5.24 (0) | 2025.05.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