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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엮은 구조 Anne masson & Eric Chevalier

by artnlove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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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Masson과 Eric Chevalier의 예술은 단지 직조기에서 만들어지는 직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작업은 실로 짠 오브제를 넘어, 감정과 구조, 관계와 공간을 직조하는 철학적 탐구입니다. 특히 〈하나가 된 두 의자〉는 그들의 예술 세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적인 선언문처럼 읽힙니다.

실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공간은 만질 수 없지만 우리를 감싸며, 관계는 느낄 수는 있지만 고정되지 않습니다. Masson과 Chevalier는 이 세 가지 모두를 텍스타일이라는 언어로 엮어냅니다. 그리고 그 실은 우리 각자의 삶 속에도 이어져 있습니다.

실과 패턴의 시적 탐구

Anne Masson과 Eric Chevalier는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섬유예술 듀오로, 실과 패턴, 조직과 질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직조라는 오래된 매체에 새로운 감각을 부여합니다. 이들에게 직물은 단순한 표면이 아니라, 감각의 층위를 형성하고 관계를 조직하는 도구입니다.

이들이 실과 패턴을 다루는 방식은 실험적이고 동시에 매우 서정적입니다.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미묘한 차이를 만들거나, 예상과 다른 재료 배치를 통해 시각적 리듬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직물의 서사를 확장합니다. 예를 들어, 'Dérapage Controlé'는 반복되는 패턴을 점진적으로 왜곡시킴으로써 텍스타일이 정적인 형식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고 반응하는 재료임을 보여줍니다. 이 작업에서 실은 일종의 선율처럼 흐르고, 그 위에 패턴이 춤을 추듯 변형됩니다.

Masson과 Chevalier는 패턴을 통해 질서를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섬유의 잠재력을 해방시키며, 이를 통해 예술과 공예, 디자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듭니다.

공간과 텍스타일의 대화

Masson과 Chevalier는 섬유를 단순히 장식적이거나 기능적인 소재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텍스타일은 공간 자체를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도구이며, 감각을 지시하는 구조입니다. 이들은 건축가나 전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면서, 텍스타일이 벽이나 가구를 감싸는 것을 넘어 공간의 심리적 질감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Pont des Arts’ 프로젝트에서는 영화관의 벽면을 자카드 직물로 덮으며, 필름 스틸컷을 직조된 패턴으로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시간과 기억이 엮인 감각적 표면이 되었습니다. 공간은 더 이상 비어 있는 그릇이 아니라, 감각이 살아 있는 직조물로 환원됩니다.

Masson과 Chevalier는 공간 속에서 텍스타일이 어떻게 리듬을 만들고, 인간의 몸과 시선을 이끄는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작업은 늘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자 실험으로 이어집니다.

협업을 통한 텍스타일의 확장

Masson과 Chevalier는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섬유의 쓰임새를 확장해 왔습니다. 그들은 안무가, 건축가, 디자이너와의 교차적 작업을 통해 텍스타일이 신체, 무대,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특히 Diane Steverlynck와 함께한 ‘Lænd’ 프로젝트는 그들의 디자인적 감각과 실용성, 그리고 미학적 실험정신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침구, 러그, 쿠션 등 생활 오브제를 통해 섬유가 일상 속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감각을 매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기능적 오브제가 아닌, 촉각적 경험과 정서적 교류의 매개로서 텍스타일의 역할을 재조명한 사례입니다.

이들은 전통적 의미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넘어서, 소재와 형태, 감정과 관계의 언어로서 직조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연결의 긴장과 균형

이러한 조형적 탐구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하나가 된 두 의자(Two Chairs Joined Together)〉입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나무 의자를 실로 단단히 묶어 하나의 구조물로 만든 설치 작업으로, 관계의 본질에 대해 매우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두 개의 독립된 의자는 원래 각각 기능성과 독자성을 지닌 사물이지만, 실이라는 섬세한 매개를 통해 물리적으로 엮임으로써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실은 이때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사이를 연결하는 감정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무너지기에, 이 실의 장력은 마치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닮아 있습니다.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물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두 의자는 여전히 독립된 존재일까, 아니면 하나의 조각으로 변모했을까? 서로를 지탱하고 있을까, 아니면 얽매고 있는 것일까?

Masson과 Chevalier는 이 작품을 통해 관계의 구조를 직조의 언어로 시각화합니다. 이 조형물은 단순한 가구의 해체와 재구성을 넘어서, 연대, 균형, 억압, 혹은 공존이라는 다층적 개념을 담아내며 섬유가 감각의 구조를 넘어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ball chair> 2004, The seating of an old or broken chair is totally replaced by yarn winded around the structure.  Wood, mixed fibers, finishing layer 100% cotton with rivets.
<hooks> 2010, Inox / polypropylen Multi-usage rope including 2 mobile h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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