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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디자인 처방, Natalie Jeremijenko

by artnlove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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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e Jeremijenko의 작업은 생태예술의 실험성과 사회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가장 선도적인 예시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예술을 통해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기술과 과학을 통해 그 질문에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예술이 단지 아름다움을 생산하거나 감상을 유도하는 매체가 아니라, 공공 문제에 개입하고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녀는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술은 말합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 Natalie Jeremijenko는 이 대화를 유머와 기발함, 그리고 정교한 설계력으로 이끌며,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낡은 이상을 다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소환하고 있습니다.

과학자, 엔지니어, 예술가 

Natalie Jeremijenko는 호주 퀸즐랜드의 작은 도시 맥케이(Mackay)에서 태어나 브리즈번에서 자랐습니다. 그녀는 생화학, 정밀공학, 신경과학, 컴퓨터 과학, 시각예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경력을 쌓아왔으며, 이 이질적인 지식 기반은 이후 그녀의 예술 실천 전반에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젊은 시절부터 과학과 기술에 대한 탐구심이 컸던 그녀는 처음에는 학계의 전통적인 과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점차 예술과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예술은 단순한 감각적 표현의 도구가 아닌, ‘실천적이고 행동 가능한 지식’을 설계하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그녀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을 "씽커(thingker)", 즉 사유(thinker)와 물성(thing)을 동시에 다루는 존재로 정체화합니다.

현재 그녀는 미국 뉴욕 대학교(NYU)의 시각문화 및 환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환경예술과 사회참여형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Environmental Health Clinic(환경 건강 클리닉)'이라는 비공식적 제도 실험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창의적 개입 방식을 제안하는 방식의 예술 실천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계와 자연, 인간과 생태가 연결되는 예술 실험실

Jeremijenko의 작업은 기술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 간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중심을 둡니다. 그녀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인터랙티브 디자인, 시민 참여형 시스템, 비인간 존재의 의인화를 통해 환경 인식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Tree Logic (1999, MASS MoCA)

이 설치작업은 여섯 그루의 단풍나무를 거꾸로 뒤집어 공중에 매단 형태입니다. 뿌리가 하늘을 향하고 가지는 땅을 향해 늘어지는 이 나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고 적응하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자연의 ‘규범’과 인간의 ‘개입’ 간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 Feral Robotic Dogs

상업적으로 판매되던 로봇 강아지 장난감에 **환경 센서(대기 오염, 중금속 감지 등)**를 부착해, 이들을 ‘환경 감시견’으로 개조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개들은 오염이 감지된 방향으로 반응하여 행동을 바꾸며, 도시의 생태적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을 이용한 시민 주도형 환경 감시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술의 민주화를 실천합니다.

- Environmental Health Clinic

이 실험적 기관은 병원을 모방한 형태로 운영되며, 시민은 이곳을 방문해 “환경적 증상(environmental symptoms)”에 대한 ‘예술적 처방’을 받게 됩니다. 예컨대,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를 가진 시민에게는 올챙이를 통해 수질 상태를 감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박쥐 서식지 보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박쥐 음파를 시각화하는 설치 키트를 제공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문제를 ‘과학적 설명’이 아닌 ‘사회적 체험’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창을 열어줍니다.

이외에도 나무 위에 설치한 공동 사무공간 ‘TREExOFFICE’, 물고기와 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수중레스토랑 ‘OOZ’, 박쥐의 초음파로 사회 메시지를 보내는 ‘Bat Billboard’ 등, 그녀의 작업은 기술적이지만 매우 시적인 방식으로 도시 생태의 구조를 재설계합니다.


예술의 사회적 확장 

Jeremijenko의 작업은 전통적인 예술 개념을 넘어서는 **‘디자인-기반 실천적 예술(practice-based design art)’**의 한 형태로 평가됩니다. 그녀의 작업이 지닌 예술사적 의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실천하는 진보적 모델

Jeremijenko는 미술사에서 흔히 구분되던 ‘과학적 기술’과 ‘감성적 표현’의 이분법을 넘어섭니다. 그녀는 기술을 표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실질적 매개로 작동하도록 설계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예술이 단지 의미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작동 시스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생태 미디어 아트의 확장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인간-기술-자연 간의 복잡한 얽힘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실험적 미디어 예술입니다. 자연을 모사하거나 보호하려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 양식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 점에서 그녀는 Agnes Denes, Nils-Udo 등 생태예술의 계보를 현대 도시와 기술 기반으로 재해석한 후계자적 위치에 있습니다.

3) 참여와 공공성을 예술의 본질로 확장

Jeremijenko의 예술은 언제나 시민의 참여를 통해 완성됩니다. 그녀는 관람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공동 창작자(co-creator)를 상정하며, 관객은 단순히 ‘보는 존재’가 아닌 ‘개입하는 존재’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참여형 구조는 예술이 갖는 공공적 기능을 새롭게 확장하며, 공공미술 또는 사회적 조각의 개념을 21세기형으로 진화시키는 실천으로 평가됩니다.

 

<Environmental Health Clinic> Exhibition at Socrates Sculpture Park, New York, USA, 2012
<Tree Logic> 6 flame maple trees, 8 35 feet telephone poles, stainless steel planters and armature, aircraft table and drip irrigation system,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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