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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쉬는 조형 Matthieu Raffard & Mathilde Roussel

by artnlove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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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fard-Roussel의 작업은 단순한 예술 협업을 넘어, 세계를 읽는 하나의 새로운 언어를 제안합니다. 이들은 자연과 인간,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감각의 정치학’을 탐구하며, 예술이 어떻게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들의 예술은 정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 중인 과정이며, 끊임없이 숨 쉬는 풍경입니다.

마티유 라파르드와 마틸드 루셀은 결국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행성 위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그들의 작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며, 또 다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그들이 조각하고 촬영하고 설치한 모든 것은 결국 살아 있는 예술, 다시 말해 ‘움직이는 풍경’입니다.

지구의 숨을 조각하다

마티유 라파르드와 마틸드 루셀은 2009년부터 협업을 시작하여, 2017년부터는 ‘Raffard-Roussel’이라는 공동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설치나 사진을 넘어서, 예술을 매개로 한 생태적 사고 실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탐구하는 주제는 지구 생태계의 변화, 자원과 에너지의 순환, 그리고 인간-비인간 존재 간의 관계입니다.

특히 마틸드 루셀은 식물성 조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Lives of Grass 시리즈는 흙과 씨앗, 금속 구조를 결합해 인간 형상을 만들고, 거기에 자란 풀들이 조형물 위로 자라나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 작업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생명 순환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 안에 ‘살아 있음’의 정의가 단지 심장이 뛴다는 의미를 넘어서, 땅과 연결되고 빛과 물의 순환 속에서 타자들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라파르드와의 협업을 통해 이 조형적 언어는 점점 확장됩니다. 그들은 지구의 숨결을, 조각과 영상, 사진, 설치의 형태로 번역하며, 인간과 환경 사이에 놓인 감각의 언어를 찾아갑니다. 이들의 예술은 생태학적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시적인 언어로 감싸 안아 ‘감각의 에콜로지’를 제안합니다.

기술의 잔해 위에서 피어난 풍경

Raffard-Roussel의 작업은 생태적 감수성뿐 아니라, 현대 기술의 물질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의 뒤편, 즉 보이지 않는 전자 쓰레기와 에너지 소비, 인프라의 물질적 흔적에 주목합니다. 그들은 "기술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또 다른 확장이다"라는 질문을 던지며, 버려진 금속 조각, 오염된 입자, 생태계 주변에서 수집된 재료들을 조합해 새로운 형식의 예술 오브제를 창조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프린팅 기술에 영감을 받아, 저에너지 친환경 프린터를 실험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재현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 생태의 만남이 어떤 형태를 띠는지에 대한 조형적 실험입니다. 프린터는 잉크 대신 식물성 물질이나 오염 입자를 사용하며, 인쇄된 결과물은 전통적인 이미지 대신, 흐리지만 살아 있는 듯한 자국과 패턴을 남깁니다. 이는 문명과 자연 사이에 생겨나는 균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친환경’을 넘어서, 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새로운 감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인간 중심의 기술 진보가 초래한 위기 속에서, 이들은 ‘비인간적 시선’을 차용해 우리에게 풍경을 새롭게 보도록 요구합니다.

움직이는 풍경, 변화하는 시선

2025년 초, 파리의 Jeu de Paume 미술관에서 열린 Paysages Mouvants 페스티벌에서 이들은 “미래의 풍경을 시각화한다”는 제목의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이 전시는 그들의 예술 세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움직이는 풍경’이라는 개념은 단지 자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시선, 인식의 패턴, 그리고 감각의 체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드론, 투영 기술, 소리, 빛의 파장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물리적 장소를 새롭게 인식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 결과물은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시적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이 퍼포먼스에서, 관객은 정적인 관람자가 아닙니다. 공간을 걷고, 소리를 듣고, 화면에 비추어진 기후 변화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풍경과 함께 ‘변화하는 존재’로 위치 지워집니다. 이들은 예술이 단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매개임을 보여줍니다.

 

<ATLAS> Date: 2016 / Materials: BFK Rives and Arches paper, lithographic ink, glue, graphite / Tools: lithographic press, brush /Size: 160 x 240 cm / Edition: of 6
<TERRESTROGRAPHIC MACHINE> Date: 2018-2021 (work in progress) / Materials: wood (beech), mechanical, electronic and electric components, metal, sweets and bolts, computer, electric hotplate, pan, collected coloring matter, paper / Tools: computer, screw-gun, screwdriver, tournevis, electric wood saw, cutter, ruler, cla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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