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Paris Floating?》은 단순한 영상 설치 작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도시의 안정성과 기반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감각적-철학적 실험입니다.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물의 존재, 지하의 구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감각화함으로써, 도시를 다시 ‘경험’하게 만듭니다.
Tondeur는 “예술은 도시를 다시 상상하게 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도시를 단단한 콘크리트의 덩어리가 아닌, 언제든지 가라앉을 수 있는 물 위의 구조물처럼, 유동하고 호흡하는 존재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은 곧, 인간 문명 전체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도시를 해체하는 질문: “파리는 떠 있는가?”
Anaïs Tondeur의 《Is Paris Floating?》은 2019년에 발표된 영상 설치 프로젝트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도시의 존재 방식을 물리적, 철학적, 감각적으로 되묻는 시도입니다. Tondeur는 인류학자 Germain Meulemans와 협업하여 파리의 지하 공간을 탐사하는 데서 출발하였습니다.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 공예 박물관 (Musée des Arts et Métiers) 지하의 오래된 우물로 직접 내려가 탐사를 시작합니다. 이 탐사를 통해, 파리의 기반이 거대한 지하수 흐름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리적으로도, 파리는 다층적인 지하 구조 속에 위치하며, 이 구조는 마치 배의 선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탄생합니다. “파리는 실제로 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도시의 지하 구조에 대한 탐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기반, 즉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토대’가 과연 얼마나 견고한지를 묻는 은유적 언어로 확장됩니다. 우리가 도시를 안전한 공간, 움직이지 않는 구조로 받아들이는 관성을 전복시키는 것이 이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예술적 구현: 영상 설치를 통한 감각적 몰입
Tondeur는 이 탐사의 결과를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이 설치는 관람자가 마치 지하로 직접 내려가는 듯한 몰입형 체험을 제공합니다. 관객은 영상 속에서 파리의 지하수로, 암반, 터널, 물탱크 등을 따라 이동하며, 도시의 보이지 않는 면면을 감각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작가는 촬영과 편집,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지하 공간을 마치 생명체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영상이 보여주는 벨빌(Belleville) 지역의 옛 수원지까지의 여정은, 파리가 과거 물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던 ‘수상 도시’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또한 영상 속에서 도시가 갖는 중력적 안정성이 의심되는 순간들이 연출되며, ‘떠 있다’는 감각은 점점 더 철학적인 차원으로 옮겨갑니다.
이 설치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객에게 도시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문명 자체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시각과 청각, 공간 감각을 종합적으로 자극하며, 도시라는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불안정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예술, 인류학, 생태학이 만나는 경계 위에서
《Is Paris Floating?》은 예술과 과학, 인류학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융합형 프로젝트입니다. Tondeur는 이 작업에서 ‘도시’를 하나의 물리적 구조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살아 있는 유기체, 혹은 서사적인 존재로서 다룹니다. 도시란 단지 건물과 도로로 이루어진 집합이 아니라, 수백 년의 시간, 인류의 서식, 자연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는 관점입니다.
이 작업은 또한 생태적 시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리가 ‘떠 있다’는 상상은, 기후 변화와 지반 침하, 지하수 고갈 등의 실제적 문제와 연결됩니다. 우리가 현재 딛고 있는 도시의 기반이 과연 미래에도 안전할 것인지에 대한 은유적 경고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시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전달합니다.
Anaïs Tondeur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 ― 물, 지층, 시간, 기억 ― 을 하나의 ‘느낌의 층위’로 끌어올립니다.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표면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읽어내야 함을 제안합니다. 그녀는 예술가의 시선과 인류학자의 사유, 그리고 감각의 언어를 통해 도시에 대한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