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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한 방울에 담긴 생태적 전환의 가능성, John Sabraw

by artnlove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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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abraw는 현대 미술계에서 드물게 ‘실질적 해결’을 도모하는 예술가입니다. 그는 회화 한 점으로도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작업하며, 예술이 환경 문제의 수동적 반영이 아닌 능동적 행위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실천합니다. 그의 예술은 말 그대로 “자연을 위한 미술”이며, “기억이 아닌 실천으로 존재하는 풍경화”입니다.

그의 철 안료 회화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그 한 방울의 물감이 더 이상 ‘죽어가는 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염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생태의 길을 다시 엽니다. 바로 그 점에서, 존 사브로우의 작업은 오늘날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생태적 예술의 한 갈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술가, 과학자, 그리고 활동가 

John Sabraw는 예술가이자 환경 운동가, 교육자로 활동하는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OHIO University)의 교수입니다. 그는 영국의 RAF 래큰히스에서 태어났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예술적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의 학문적 기반은 전통적인 회화에 있지만, 그는 일찍이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 과학, 생태학, 기술과의 융합을 실천해 온 대표적인 융합형 작가입니다.

그의 예술 여정은 처음에는 회화와 설치 중심의 현대미술 영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미학적인 실험’보다 ‘환경적 실천’이라는 방향으로 뚜렷하게 전환되었습니다. 사브로우는 자연 속에서 예술이 어떤 윤리적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과 환경의 공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습니다. 그의 관심은 점차 기후 위기, 수질 오염, 자원 고갈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로 확장되었고, 이는 곧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활동가적 태도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그는 오하이오 주의 산성 광산 배출수(AMD, Acid Mine Drainage) 오염 지역에서 채취한 폐기성 물질을 예술의 재료로 변환시키는 프로젝트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하고, 과학자 및 엔지니어와 협업하여 ‘회복 가능한 예술’의 실험을 이끌고 있습니다.


오염으로 그리는 풍경 

John Sabraw의 대표 프로젝트는 ‘Toxic Art’ 시리즈입니다. 이 작업은 오하이오 주 남동부의 폐탄광 지역에서 나오는 산성 광산 배출수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오염수는 붉거나 주황색을 띠는 철 성분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브로우는 환경 과학자 Guy Riefler 교수와 협업하여 이 광산수에서 철 산화물(iron oxide)을 추출하고, 그것을 미세한 안료로 가공하여 회화에 사용합니다.

작품 제작 과정은 과학 실험에 가깝습니다. 먼저 오염된 물을 수집한 뒤, pH 조정과 산화 과정을 통해 금속 성분을 침전시키고, 이를 건조 및 분쇄하여 순수 안료로 정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료는 오일 또는 아크릴과 혼합되어 독특한 색채를 형성하며, 사브로우는 이를 통해 대형 추상 회화나 유동적 형태의 설치 작업을 구성합니다.

그의 회화 작업은 자연의 지질, 하천의 흐름, 생물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색감은 대개 진한 적갈색, 황토색, 또는 붉은 금속성 계열을 띱니다. 이는 오염의 ‘기록’이자 동시에 그것의 ‘변환’을 상징합니다. 단순히 재료의 재활용을 넘어, 오염의 흔적을 미적으로 전환하고, 그것이 지닌 상처의 깊이를 드러내는 회화적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그는 ‘녹색 에너지 자급 스튜디오(green studio)’를 구축하여 태양광, 바이오 연료를 이용한 작업 공간을 운영하고,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작 방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오염을 품는 방식 

John Sabraw의 작업은 ‘생태 전환 예술(Ecological Transformative Art)’의 전형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예술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 환경 문제를 소재, 매체, 과정, 결과 모두에서 재해석하고 개입하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실천은 그가 단지 예술가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융합 창작자’임을 보여줍니다.

첫째, 그의 작업은 ‘오염’이라는 부정적 물질을 ‘예술의 재료’로 전환시킴으로써, 폐기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합니다. 그가 사용하는 철 산화물 안료는 본래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지만, 예술적 맥락 안에서는 ‘색’, ‘감정’, ‘역사’로 탈바꿈합니다. 이 과정은 재료 자체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동시에, 예술의 윤리적 책임을 드러냅니다.

둘째, 사브로우는 예술의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그 사회적 영향력실천적 전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오염 지역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예술을 통해 사회 구조에 작동하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이는 전통적 갤러리 시스템이나 미술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난 실천적 태도로, 현대 예술이 지닌 ‘공공성’의 모델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셋째, 그의 작업은 예술과 과학의 통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입니다. 과학자들과의 협업은 그저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프로세스에 과학을 진지하게 참여시키는 협력적 창작으로 전개됩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시각예술, 환경과학, 공공정책, 지역 회복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융합형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업은 단지 문제를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원과 희망의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오염된 하천도 회복될 수 있고, 버려진 물질도 예술이 될 수 있으며, 파괴된 풍경 안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은 그의 회화 속 선과 색으로 고요하게 스며듭니다.

 

Chroma S6 1, 48x48 inches, water-based paints, AMD iron oxides, acrylic resin on linen, 2019

 

Petrichor 6, 8x8 inches, laser etched maple burl, CNC routed coal dust and sculpting clay, oil paint, 23.5K gold leaf, cold rolled steel fram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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