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rocene은 2015년부터 아르헨티나 출신의 설치미술가 Tomas Saraceno가 주도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형 예술 실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나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햇빛과 대기의 열만으로 공중에 띄워지는 풍선을 통해 새로운 이동 방식과 감각 체계를 실험합니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
Tomas Saraceno는 예술과 과학, 건축, 환경 운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 프로젝트인 Aerocene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일종의 ‘떠오르는 미래’ 실험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연료와 엔진 없이 태양열과 대기 흐름만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통해 인간의 이동성과 생태적 상상력을 재구성하는 데 있습니다. Saraceno가 설계한 풍선들은 ‘에어로젠(air +ocene)’이라는 이름처럼 공기와 시대, 기술과 철학이 융합된 개념적 구조물입니다.
이 풍선들은 태양 복사열에 의해 데워진 공기와 주변 공기의 온도 차를 이용하여 상승합니다. 복잡한 연료 시스템이나 가열 장치 없이도 가능한 이 비행 방식은 ‘가벼움’에 대한 물리적 실험이자 철학적 성찰입니다. Saraceno는 이를 “미래형 모빌리티”라고 표현하며, 화석연료 이후의 이동성과 조각의 역할을 탐색합니다. 그의 작업은 단지 과학적 원리의 시연이 아니라, 비행이라는 경험 자체를 새로운 형태의 공공 예술로 확장시킵니다.
공동체와 기후정의의 실천
Aerocene은 단지 물리적 실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예술가가 취할 수 있는 윤리적 실천의 모형을 제시합니다. Saraceno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생태계에 가해지는 압박을 가시화하고,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듭니다. 특히 2020년 1월, 아르헨티나의 기후 운동가 Leticia Noemi Marques가 석유, 가스, 배터리 없이 비행한 역사적 기록은 이 프로젝트의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한 ‘조형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기후정의, 성 평등, 자유로운 이동성에 대한 선언적 예술 행위였습니다.
Saraceno는 또한 이 프로젝트를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운영하며, 누구나 Aerocene Explorer 키트를 제작해 실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방식은 Aerocene을 ‘작품’이라기보다는 운동 또는 생태적 네트워크로 진화시키며, 시민과 학자, 예술가, 원주민 공동체가 협력하는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이로써 Aerocene은 ‘전시된 오브제’가 아니라 함께 수행하는 예술-과학-정치의 장이 됩니다.
생태적 감각의 확장
Aerocene의 핵심은 결국, 우리에게 새로운 생태적 감각을 요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Saraceno는 고정된 시선이 아닌 부유하는 시선, 무게 중심을 벗어난 존재 방식을 실험하면서 ‘지구에서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도록 만듭니다. 그의 풍선은 바람을 타고 떠돌고, 환경 조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비물질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는 현대 조각의 개념을 다시 쓰며,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Saraceno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세(Anthropocene)**의 지배적 논리를 비판하며, Aerocene이라는 새로운 시간대를 제안합니다. 이는 인간 중심의 기술문명이 아닌, 자연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그 안에서 예술은 행동의 언어로, 조각은 기후 감응적 존재의 방식으로 변모합니다.
Aerocene은 단지 예술작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우리는 어떻게 더 가볍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공기 조각이자 사회적 제안입니다. Tomas Saraceno는 Aerocene을 통해 공기와 빛, 바람이라는 가장 순수한 요소들을 예술로 변환시키며, 우리에게 “상상 가능한 미래”에 대한 실천적 희망을 선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