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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흔적 Wolfgang Weileder

by artnlove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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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바일레더는 조각가도, 건축가도, 사진가도 아닌, 이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시공간의 조형자입니다. 그의 작업은 관객에게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그 구조물과 함께 흐르는 시간, 기억, 존재의 흔적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의 예술은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무심히 지나치는가?”
“건축은 단지 건물인가, 혹은 사라진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인가?”

볼프강 바일레더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이 시적인 방식으로 공간과 시간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의 건축은 무너지기 위해 세워지고, 사라지기 위해 기록됩니다. 그리고 그 흔적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와 시간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예술가의 시선: 구조와 시간에 대한 탐구

볼프강 바일레더(Wolfgang Weileder, 1966~)는 독일 태생으로, 현재 영국 뉴캐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설치 및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 조형예술의 영역을 넘어서 건축, 시간성, 공간의 사회적 의미를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는 미술가이자 건축적 사유자이며,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속에서 흐르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재구성합니다.

그는 미술 교육을 독일과 영국에서 받은 뒤, 일찍부터 공공장소와 대규모 구조물을 활용한 실험적인 설치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바일레더의 예술 세계는 단순한 ‘구조물 만들기’를 넘어, 도시와 인간의 관계, 공간의 기억, 물리적 건축과 시간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시각적 사유를 펼쳐냅니다.

그는 건축을 단지 공간을 채우는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시간이 쌓이는 기억의 그릇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언제나 “건축적 요소”를 포함하지만, 그것이 고정되거나 영구적이지 않고 시간성과 변화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구축과 해체: 바일레더의 대표작 탐구

볼프강 바일레더의 작업은 주로 대형 구조물 설치, 장시간 노출 사진, 퍼포먼스적 제작과정을 포함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형식을 취합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다음과 같은 핵심 개념들을 중심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Intervention’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그는 역사적 건축물의 파사드(façade)를 본떠서 목재로 복제한 구조물을 도시 한가운데 설치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철거합니다. 설치와 해체가 마치 퍼포먼스처럼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을 기록하는 사진과 영상이 하나의 작품으로 남습니다.
예: “Intervention: York Minster” (2005)에서는 요크 민스터 대성당의 정면을 목재로 재현하고, 그것이 일시적으로 도시 공간을 점유한 뒤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의 역사와 현재를 연결합니다.

-‘Duration’ 시리즈

시간의 흐름을 사진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입니다. 건축물이나 공공장소를 장시간 노출기법으로 촬영하여,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오직 구조물과 시간의 흔적만 남는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이는 고정된 구조와 유동하는 사회적 흐름의 대조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Cascade’ 프로젝트

일반적인 건축 공정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공간을 임시적으로 점유하고 변화시키는 건축-퍼포먼스입니다. 건물이나 설치물이 지어지고 해체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도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여, ‘건축’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작동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언제나 ‘영속성’보다는 ‘일시성’, ‘물리성’보다는 ‘관계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작업은 공간의 재현이 아니라, 공간을 살아있는 존재로서 마주하는 예술 행위에 가깝습니다.


존재하는 공간, 사라지는 시간의 예술성

볼프강 바일레더의 작업은 단순히 구조물이나 대지미술(Land Art)의 연장선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의 작품은 시간의 개념, 도시의 맥락, 사람과 공간 사이의 감정적·사회적 교류를 중심으로 한 복합적인 설치미술입니다.

우선 그의 작품은 공공성과 예술의 접점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작업이 대중이 오가는 도시의 중심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예술은 특정한 관람 공간을 벗어나 일상에 침투한 사유의 틈이 됩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임시 구조물을 보며 질문합니다. "저 건물은 왜 여기 있는 걸까?" –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은 작동을 시작합니다.

또한 바일레더의 작업은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건축의 기억화입니다. 그는 고정되고 불변하는 구조로서의 건축이 아닌, 시간을 따라 생성되고 사라지는 유기적 존재로서의 공간을 상상합니다. 이 과정에서 건축은 하나의 형상이 아니라 사회적 흔적과 기억의 인프라로서 기능합니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은 현대 도시가 얼마나 빠르게 형성되고, 사라지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그의 해체적 작업들은 소멸을 통한 기억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술이 단지 무언가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fold-up Sunniside Gardens Sunderland, UK 2008
English folly recycled plastic waste, steel armature 520 x 450 x 480 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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